👀 이번 달 신간은?

🎤 북토크합니다!

안녕하세요. 은근한 레터의 열다섯 번째 페이지를 쓰고 있는 편집자 🥞영원입니다. 1년이 끝나갈 무렵에 다다라 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몸도 마음도 건조해지기 쉬운 계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유독 덥고 비도 많이 왔던 올여름 끝자락부터 한국문학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반팔을 입어도 더운 날씨에 어쩔 줄 몰랐는데, 어느덧 긴팔을 입어도 제법 쌀쌀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그동안 저는 여러 책의 문장을 다듬고 만지며, 격월간 문예지 《Axt》의 마감을 끝내고 또 새로운 마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더더욱 책을 만드는 일은 균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여러분도 몸과 마음, 일과 취미,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지키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레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님은 운이 좋은 편이신가요? 저는 나름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만 들으면 로또 1등 당첨이라도 된 것 같은 거창함이지만, 제 행운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저는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님의 모든 책을 독파하려고 하는데요. 작년의 제가 종종걸음으로 따라 읽었던 분은 바로 이서수 작가님입니다.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작가님의 책 《헬프 미 시스터》를 마주하고 푹 빠져 있던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작가님의 첫 책 《당신의 4분 33초》가 나온 (그리고 첫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이 나온!)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작가님의 소설 속 세계에는 늘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인물들을 보며 절망에만 빠져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무엇이든 극단으로 치우치고 있는 요즘, 우리가 과도한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고 희망을 잃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근 다양한 앤솔러지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한 번에 모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편집자의 기획이 중요한 책이기도 합니다. 어떤 테마로 엮느냐에 따라, 같은 작가님이 참여했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의 앤솔러지가 탄생되기도 하니까요. 때문에 저는 독자로서도, 편집자로서도 앤솔러지를 정말 좋아해요. 올해 열린 도서전에서 〈여름, 첫 책〉으로 처음 공개된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도 그런 이유에서 제 눈길을 끌었던 책입니다. 🌆도시괴담이 테마인 앤솔러지라니, 여름과 너무 잘 어울리지요.

 

이 책은 빨간 마스크처럼 어렸을 적 무서워했던 상상의 존재부터 몰래카메라 같이 최근 실재하는 공포까지. 도시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데요. 도시괴담이라는 키워드 아래 각각의 불안과 공포를 담아낸 책으로, 현재 은행나무출판사에서 꾸준히 발행하고 있는 바통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었습니다.

세대를 관통하는 테마를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잘 벼려낸 시리즈. 저도 이런 책을 함께 기획하고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난 행운아야 정말로~”라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들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제법 엄청난 행운이지 않나요. 제 삶은 늘 우연한 마주침들이 행운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여러분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우연들 속 여러분만의 행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20000V - Mokyo

여러분께 산책의 계절, 제가 요즘 걸으며 듣는 노래 하나를 소개하며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함께 들으면서 걸어요. 그리고 찾아낸 카페에서 책도 읽고, 책방도 구경하며 산책의 매력을 알아가시길 바라요. 다음 레터를 (그때는 제가 만든 책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약하며 이만 인사드립니다. 총총.

저희는 11월 23일 목요일 아침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