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지난 호에 이어 은근한 레터 29호를 쓰고 있는 마케터 🐧 박새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대도 많았던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박수! 👏🏻 올해 도서전 방문객이 약 15만 명이라는 기사를 보고 얼마나 놀랍고 감사하든지요! 책이 좋아서 출판사까지 오게 된 저에게는 도서전으로 출근하는 매일이 행복이었습니다. (물론 낡은 저의 몸은 삐걱댔지만요.😅) 레터의 지면을 빌려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도서전은 제게 더 큰 의미가 있었는데요. 바로, 박서련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폐월; 초선전』이 도서전에서 🌳 〈여름, 첫 책〉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현장에서 박서련 작가님 & 전승민 문학평론가님과 책갈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현장 분위기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는데, 참여 인원에 제한이 있어 더 많은 독자님을 모시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답니다.
오늘 은근한 레터는 저의 개인적인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폐월; 초선전』으로 시작해볼까 해요. 제가 이 작품에 빠져든 이유가 뭔지 알게 되실 거예요. 뒷부분에는 제가 너무 좋아해서 100번 정도 추천하고 다닌 애니메이션도 자연스럽게(?) 영업해보았으니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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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삼국지』를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삼국지』를 보며 자란 사람은 아닌데요. 어디서 짤막한 정보를 주워들었을 뿐, 『삼국지』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인물과 서사가 등장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실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도 없는 듯하네요. 그러다가 『폐월; 초선전』의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삼국지』와 초선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제야 궁금해졌어요. 원래도 뒷북에 재능이 있는 편이지만, 이렇게 심한 뒷북을 치게 될 줄은 몰랐네요. 🙄
작가님 & 평론가님과 이야기할 때 혼자 웃픈 순간이 있었는데요. 두 분께서 질문지에 적힌 "요즘에는 『삼국지』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많다"는 문장을 읽으신 후 동시에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삼국지 게임도 있는 마당에 관심이 없다니! 어쩌면 제가 책을 멀리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탓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혹시 레터를 읽고 계신 분 중에 『삼국지』를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있겠죠, 당연히…) 저의 부족함을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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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말씀하고 계신 박서련 작가님과 경청해주시는 전승민 평론가님의 조합, 너무 소중하지 않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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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몰라도 『폐월; 초선전』을 읽는 재미는 분명했습니다. 책에서 제가 흥미로웠던 부분은 초선이의 특징이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달마저 얼굴을 가렸다(폐월)'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절세미인 초선이 실은 미와 추를 구분하지 못해서 다른 가기 '도화'에게 "내가 예뻐?"라고 묻는다거나, 선과 악을 구분하는 일에 관심이 없어 거짓말과 배신을 서슴없이 저지른다는 것이요. 책갈피 프로그램에서 박서련 작가님은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어요. 💬"초선이는 안면 인식 장애가 있는 소시오패스다."💥 님은 이런 초선을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굉장히 신선했답니다.
저는 초선이가 미와 추, 선과 악에 관심 없는 인물이라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걸 '동질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냥 아름답고 충절이 깊은 초선에서, 때때로 어리숙하고 엉뚱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욕망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영악한 초선으로. 그때 비로소 초선이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혹은 '해방감'을 느낀 것일지도요. 선과 악을 단순히 구분하는 이분법이 제게는 설득력이 없었거든요. 선하기만 한 사람도, 악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에게 이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습니다. (기다리던 애니메이션 영업 타임!) 바로 토가시 요시히로 작가의 〈헌터X헌터〉인데요! 작년 겨울 출근길에 part 4~6를 보며 눈물을 도르륵 흘렸던 것을 선명하게 기억할 정도로 저에겐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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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X헌터〉에는 '키메라 앤트'라는 돌연변이 식인 개미🐜가 등장해요. 여왕개미는 잡아먹은 인간의 특성을 자식에게 곧바로 물려줄 수 있는데, 뛰어난 번식력, 높은 지능, '넨'이라는 초능력까지... 몇 세대만 걸쳐도 인간보다 강해질 수 있는 1급 위험종입니다. 이 에피소드가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는 건 여왕개미가 낳은 왕, 즉 무자비한 폭군👑이 등장하고부터예요.
왕은 자신의 강함에 도취된 존재로, 인간계에서 내로라하는 능력자들을 불러 모아 짓밟고 해치우는데요. 그런 왕이 흔들리는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앞도 안 보이고 힘도 없고 늘 콧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 '코무기'와 '군의'라는 보드게임을 두게 되면서입니다. 왕은 군의밖에 모르는 코무기에 의해 매번 외통수를 맞닥뜨립니다. 몇 수를 내다보아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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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비로소 강함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투 능력만으로 따지면 코무기는 짐에 불과하지만, 군의라는 세계에서는 최강자잖아요. 그때부터 왕의 마음에는 💗선의라는 것이 생겨나고, 소녀를 지키고 싶어지고, 결말에 엄청난 영향을… 그만 스포할게요.
물론 선과 악이 명확하면 편하긴 합니다. 영화를 볼 때도 '저 사람 😈빌런이네?' 싶으면 내용을 받아들이기 쉽잖아요. 특정 대상만 없애면 평화가 찾아오고요.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에 약간의 찝찝함이 남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폐월; 초선전』이나 〈헌터X헌터〉 같은, 인물과 삶을 솔직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놓은 작품을 봅니다. 정말로요! 둘 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니, 님께서도 한번 시도해보시는 거 어떠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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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소설가 x 서호준 시인 『폐월; 초선전』 출간 기념 북토크
❝언젠가는 초선 이야기를 써줘. 잘 쓰니까.❞
『폐월; 초선전』 작가의 말에는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적혀 있는데요.
『폐월; 초선전』 출간 기념 북토크는 박서련 작가에게 초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말한 서호준 시인과 함께합니다!
박서련의 문장으로 재현되는 『삼국지』의 초선, 그녀의 삶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 북토크 안내 • 일시: 7월 16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 알라딘 빌딩 1층(서울 중구 서소문로 89-31) 모집 인원: 50명 참가비: 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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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쓰기의 주제는 아버지십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된 또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인데요. 은행나무의 고전 논픽션 시리즈 '위대한 생각'에 수록되어 있던 작품인데, 도서전을 맞아 〈다시, 이 책〉으로 리커버 되었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카프카가 아버지께 쓴, 하지만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입니다. 카프카와 아버지 사이에는 불화가 있었는데요. 이 편지에서 카프카는 처음으로 '부자간의 화해'를 시도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동시에 카프카가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카프카의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읽다 보면 그의 작품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거든요! 그리고 아직 카프카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분이더라도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카프카 특유의 상징과 비유를 쉽게 담아놓았답니다.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 책으로 카프카의 문학을 열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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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새의 한마디
"저는 밥 먹으면서 애니메이션 볼 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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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목) 오전 8시에 30p로 만나요!
🔥 30p는 들불레터와 함께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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