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래희망은 '편집자'
🎹 보답받는 노력의 기쁨
👀 이번 달 신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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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근한 레터의 스무 번째 페이지를 쓰고 있는 편집자 🦫웜뱃입니다. 님은 🌞새해 목표를 세우셨을까요? 1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가다듬는 달인 것 같습니다.
편집자로 일하게 된 후로 매년 일과 관련된 새해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는 꼼꼼하게 계획해서 출간 일정을 미루지 말아야지’ ‘새로운 저자를 적극적으로 찾아야지’ ‘눈에 바로 들어오는 제목, 카피, 목차를 쓰는 법을 익혀야지’ 등 매년 부족한 부분에 마음이 쓰였는데요. 그런데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못하는 것이 두려워 일을 미루고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앞으로도 편집자로 살아남기’라는 느슨하면서도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오늘 🤎일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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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내는 용기
편집자는 좋은 책을 써줄 작가님을 찾거나, 혹은 이미 책을 내신 작가님께 알맞은 책을 제안합니다. 뜻이 맞는 작가님을 만나면 함께 책에 들어갈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원고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의견을 드립니다. 교정‧교열 과정에서 문단‧문장‧단어 단위로 완성도를 높이고,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목, 디자인, 카피, 마케팅 전략 등을 고민하지요. 그렇게 한 권의 책이 완성되어 독자를 만나는 모든 과정에 편집자의 고민이 들어갑니다.
편집자로서 저는 그중 어떤 것을 잘하냐 하면…💦 사실 유별나게 잘하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작가님만큼 그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고, 디자인과 마케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완벽한 결과물을 추구하면 저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이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교정‧교열을 해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계속 일하고 있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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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제라도 틀리지 않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적어도 과락을 맞는 과목은 없도록 하겠다는 자세가, 우리에게 계속해나갈 힘을 준다."
“우리가 일과 맺는 관계는 사랑을 닮았다”고 말하는 황선우 작가님은 늘 ‘일하는 마음’을 배우는 ✨롤모델 중 한 분인데요. 작가님의 말처럼, 완벽한 답을 내는 대신 나무로 자라날 수 있는 씨앗이 되는 제안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을 제안하고 그에 꼭 맞는 표지 콘셉트를 찾고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제 능력을 넘어서는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과 동료를 믿고,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끊임없이 제안해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사랑한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편집자로 살아갈 🦾지구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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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든 일, 일로 채우는 사심
저는 궁금증이 생기면 유튜브도 보고 뉴스도 뒤적이지만 결국 📘책을 읽어 해소하는 편인데요. 가령 ‘요즘 소화가 안 되고 아침에 편두통이 오는데 왜 그렇지?’라는 걱정이 들면 건강 유튜브와 기사를 살피다 마지막에는 건강 서적을 고르는 식입니다. 워낙 다양한 책이 나와 있으니 부지런히 찾으면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종종 원하는 책을 만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걸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편집자의 일상과 관심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각은 🪡기획의 단서가 됩니다. 그래서 워라밸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회사에서만 기획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일이 버겁고 일상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대신 일상에 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자리를 내어주면, 요즘 고민하는 것들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책으로 만들어 고민을 해소하면서 🤗사심도 채울 수 있습니다. 최근 사심을 채운 기획을 하나 소개해보자면, 동물권 변호사인 김도희 작가님의 📗《정상동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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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육식에 관한 르포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읽고 ‘고기를 먹는 것은 곧 동물을 먹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육식과 채식, 동물권에 관한 고민이 많아졌는데요. 그런데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관해서는 양극화로 치닫게 하는 뭔가가 있다. 아예 먹지 않거나, 아니면 먹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거나”라는 포어의 말처럼, 여러 책을 살펴봐도 동물권은 저에게 ‘전부가 아니면 전무’와 같이 엄격하고, 떠올리기만 해도 죄책감이 들고, 때로는 조금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한편 《정상동물》은 동물에 관한 철학과 윤리학의 역사를 살펴보며, 동물과 인간의 관계 맺음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나아가 소와 돼지는 먹고 기린과 사자는 구경하고 개와 고양이는 반려로 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합니다. 그중 저에게 동물을 대하는 태도, 마음을 바꿔준 💬문장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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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 나무와 살게 되면서 동물권 운동과 채식을 시작했지만, 내가 대변하고 있는 일면식 없는 동물에게도 유대감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대변하는 인간들에게 느끼는 무게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차별적 감정으로서의 유대감 때문이다."
* '보리' '나무'는 김도희 변호사와 함께 사는 고양이 이름이다.
"흔히 말하듯 사랑에는 국경도 피부색도 상관없다면, 어떤 종인지도 지워질 수 있다."
─ 김도희, 《정상동물》
저는 이 문장들이 과연 소, 돼지, 닭에게 개와 고양이만큼, 인간만큼 유대감을 느껴보려고 해본 적이 있는지, 나아가 사랑을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 묵직한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만약 동물에게 유대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적어도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동물을 먹는 것도, 동물을 소비하는 일도 차차 줄여나가 언젠가 멈출 수 있겠지요. 《정상동물》을 편집하는 일은 저의 오랜 고민에 하나의 해답을 찾는 일이자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님은 아끼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신가요?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계실 독자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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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나아지긴 할까?’ ‘운이 좋아야 잘되는 거 아닌가?’ 하고 마음이 ☹비관과 냉소로 기울곤 합니다.
“생산만 계속해서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황선우 작가님의 말처럼, 비관과 냉소로부터 저를 지켜주는 것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는 무척 단순하고 정직한 취미인데요. 연습한 만큼 실력이 오르고,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반드시 보답받고 운으로 잘될 수 없도 없다는 점에서 일과 무척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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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연습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악보를 꼼꼼히 읽고, 오른손 악보를 손에 익히고, 왼손 악보를 손에 익히고, 연주를 반복해서 들으며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만약 100마디의 곡이라면 한 마디에 세 단계씩, 300단계를 거친 뒤에 이것을 다시 이어붙이는 과정을 거치면 한 곡을 마칠 수 있습니다. 정직하고 간결한 과정이기에, 연습의 효과도 정직합니다. 300계단을 한 번에 오를 수 없으니 눈앞의 열 계단 정도만 바라보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한 발에 두세 계단씩 오르게 되고,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는 것과 달리, 피아노는 아무리 연습해도 치지 못할 것처럼 💥제자리걸음하는 구간에 부딪치는데요. 한 달, 두 달, 심지어 반년 정도 정체된 것 같아도, 언젠가는 손가락이 다르게 움직이는 날이 찾아옵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노력하면 반드시 보답받는다는 🕯단단한 믿음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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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의 흔적. 정체가 길어지는 만큼 악보도 지저분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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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받는 노력은 노력하는 나를 긍정할 수 있는 힘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가져다줍니다. 나의 일이, 인간관계가, 경제적 상황이 당장 어렵고 비관적이더라도, 내 삶의 일부는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은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줍니다. 피아노든 무엇이든 레터를 읽는 님의 곁에도 내일에 대한 믿음을 지켜줄 것이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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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레터에 대한 후기를 들려주세요.
독자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더 완성도 높은 레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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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해 품은 질문을
찔러서 전달하는 작가"
_정세랑(소설가)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가
전하는 별난 디스토피아! 《신앙》
경쾌한 문체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전 세계에 '편의점 인간' 신드롬을 일으켰던 무라타 사야카의 작품집. 단편소설 6편과 에세이 2편을 '무언가를 깊이 믿는 사람, 믿고 있던 세계의 붕괴'라는 큰 줄기로 엮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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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오르지 못할까 두려운 날,
수평선 아래에서 만난 진짜 평화
배우 최송현의 바다, 삶 그리고 사랑 이야기
《이제 내려가볼까요?》
13년 차 스쿠버 다이버이자 전문 강사 그리고 세계 최대의 스쿠버 다이빙 단체 PADI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최송현의 첫 에세이.
"이 책을 읽는 분도
자신만의 안전기지를 발견하게 될 것"
_오진승 정신건강전문의,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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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서의 삶과 일상이 담긴
🦫웜뱃의 레터, 잘 읽으셨나요?
우리는 2월 1일 목요일 아침에 또 만나요!
🔍 다음 21p. 주제는?
『Axt』 편집자들의 리뉴얼 비하인드
🔮 봄날 성덕 되다 "장류진(작가님) 사랑해요"
👑 영원과 욘 포세 읽으면서 갓생 위드 미
👥 쿼카는 테마소설을 좋아해 #빙의물 #기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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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레터 만드는 사람들
🎨팔레트 N인듯 S인듯, F인듯 T인듯. 경계를 넘나들며 '귀찮다'는 말을 남발하지만, 누구보다 만드는 데 진심인 콘텐츠 메이커. 출판사에 다니고 있으나 유튜브를 더 좋아한다. 2023 목표는 직업에 맞게 책 읽기. 가끔 '책 못 읽는 마케터 툰'을 그린다.
🦋만희 영화는 거의 매일 보고 책은 종종 읽는다. 뚜벅뚜벅 걷는 것도, 운전도 좋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이 모든 것은 음악과 함께다. 원래는 패션을 업으로 삼으려다가 어쩌다 보니(?) 출판인이 되었다.
🐥박새 여름을 특히 좋아한다. 먹보 강아지, 잠만보 고양이랑 살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가 5점을 준 영화를 따라 보는 게 취미인 신입 마케터.
👨🏻제이픽 덕질을 삶의 낙으로 삼고 있다. 책, 아이유를 가장 애정하고 그 외에 거의 모든 콘텐츠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는 프로 N덕질러다. 영문학과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출판 마케터로 생존 중이다.
🦫웜뱃 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은, 편향을 사랑하는 편집자. 타인의 편향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봄날 낮엔 책 읽기, 저녁엔 넷플릭스 보기, 주말엔 전시 보기, 덕질은 숨 쉬듯! 너무 철들어버리지 않는 게 목표인 한국문학 편집자. 인생 모토는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자! |
🐁머위 멀리서 도착한 것들을 반기며 사실 이걸 어떻게 하나 당혹스러운 땀도 조금 흘리면서 해외문학 편집을 하고 있다. 글자의 고유한 소리를 듣는 일이 시원한 풀밭에 앉아 과일을 맛보는 것만큼 기쁘다.
⛑️이판권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작품의 원작을 원서로 읽어 팬심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검증 과정을 거듭하다 해외문학 편집자가 되었다.
🥞영원 매일이 낯설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한 신입 한국문학 편집자. 반짝거리는 문장을 발견하고 다듬는 것이 어렵지만 즐겁다.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실버 취미는 딱히 없다고 말하는 헤르미온느형 북디자이너. 목석처럼 뻣뻣하지만 발레에 온마음을 다 하는 취발러이자 5개 ott(티, 웨, 넷, 디, 쿠)를 구독 중인 드라마광이다. 이걸 누가 보냐는 z급 드라마도 즐겨 본다.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쩝쩝박사로 통해 맛집 추천을 주제별, 지역별, 목적별로 줄줄 읊는다.
🦊여우 좋아하는 것이 많아 늘 조금 분주하다. 그중 하나에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열중하게 되어서, 남는 시간에 다른 애호의 균형을 맞추느라 분투하고 있다. 낯선 이야기를 사랑하는 해외문학 편집자.
🌊쿼카 좋아하는 것들의 근처를 서성거리며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책을 만들게 됐다. 함부로 꿰뚫지 않음으로써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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