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 신입! 해외문학팀 🦊여우의 인사
💖 자타가 공인하는 덕질 전공자
🚶♀️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는 편집자의 길치 독서법
👀 이번 달 신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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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근한 레터로는 처음 인사드리는 해외문학팀 편집자 🦊여우입니다. 저는 올해가 유독 새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났는데요, 설이 지나지 않아서 그랬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설 연휴에 쓰고 있는 이 레터를 독자님이 읽고 계실 때쯤에는 정말로 🌞새해가 되었을 테니, 그때는 정말로 2024년을 받아들였기를 바라며 새로운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올해로 📔3년 차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마음은 아직 3개월 차인데 말이에요. 허둥지둥하며 보낸 것 같은 그 시간이 흘러가며 제 안에 무엇을 남겼는지 되짚다 보니 자연스레 시작점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편집자이기 이전에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의 💓마음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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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전공이 뭐라고 그랬지?"
"쟤 전공? 덕질이잖아."
정확히 언제였는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저 질문과 답만은 선명히 기억이 납니다. 우스운 말이지만 저 답에 조금 감격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나고요. ‘덕질’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에는 여러모로 곤욕을 치르곤 했기 때문인데요.😅 무언가 하나에 푹 빠져서 파고드는 집요함이 이상하다거나 철없다고 여겨지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분위기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이돌, 배우, 영화, 만화, 게임 등 다양한 것들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은근한 레터 독자님 중에도 소위 ‘책 덕후’가 많으실 것 같은데, 독자님은 💥‘입덕’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여러 덕질을 거쳐왔지만 제 인생의 지형을 바꾼 덕질의 입덕은 전부 기억한답니다. 그중에서도 문학을 빼놓을 수가 없겠네요. 모두가 말리던 🚩‘덕업일치’의 시작이었으니 말이에요.
저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처음부터 영문학을 사랑해서 전공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책을 원래 좋아했던 것과는 별개로 그 애정이 덕심의 영역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너무나 뻔한 클리셰처럼, 처음 제게 충격을 줬던 것은 무려 🖋셰익스피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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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인생의 🍂가을을 맞은 화자의 안에서 지고 있는 석양을 사랑하는 연인이 보고 있고, 곧 제2의 죽음인 밤이 그 황혼마저 가져갈 참입니다. 화자 안에 타오르던 불은 어느새 사그라져서, 한때 그 불의 자양분이 되었던 청춘의 잿더미 위에서 꺼져가고 있고요. 화자가 머지않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아는 연인은 그래서 화자를 더욱 열렬히 사랑합니다.
이 소네트를 배운 그날 수업의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것이 기억납니다. 수업이 끝나고 ‘이런 걸 나만 알 수 없지……!’ 하고 생각했던 것도 생생하고요. 그 뒤로 다른 수업들을 들으면서 정작 ‘최애’는 완전히 다른 분야(미국 현대 문학)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번은 잊을 수 없는 입덕 계기예요. 시의 특성상 내용 설명만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전부 전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가진 리듬을 느낄 수 있게 한 번 찬찬히 소리 내어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려요.
이 좋은 것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나누어야만 한다는 😎덕후의 사명감으로 이런저런 길을 기웃거리다 편집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책을 사랑해서 모였기 때문에 모두가 애호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곳에서, 그러니까 사실상 모두가 덕후인 공간에서 책을 만들며, 가끔은 다른 덕질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퇴근 후에 공연장으로 달려가기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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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어떻게 고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럴 때마다 무언가 특별한 방법이나 팁을 기대하는 눈빛을 보면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저는 엄청난 길치이기도 하고 방향치이기도 해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는 대신에 눈앞에 보이는 지형지물에 의존해 더듬더듬 길을 찾는데, 읽을 책을 고를 때도 딱 그런 방식으로 다음 책을 찾아가기 때문이에요. 한 작가의 작품을 따라 읽기도 하고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리스트를 짜기도 하지만, 당장 눈앞에 나타난 흥미로운 길로 독서의 방향이 튀는 경우가 많거든요. 작년부터 의식의 흐름대로 길게 이어져오고 있는 📚독서 타래 하나를 예시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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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작년 도서전에서 산 에밀리 디킨슨 시집 두 권이었습니다. 입덕은 셰익스피어 소네트로 해놓고 최애는 미국 현대 문학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주로 파고들었던 분야는 소설이었던지라 현대 시는 늘 언젠가는 탐험해봐야 할 미지의 땅이었어요. 특히 재작년에 어맨다 고먼의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를 편집하며 끓어올랐던 현대 여성 시인에 대한 궁금증과 애정이 잔불처럼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기도 했고요. 그러던 와중에 도서전 마지막 날 저 두 권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큰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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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으로 달콤하게』는 작년 레터에서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기도 했었는데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시집 두 권을 읽고 난 후 접하게 된 에밀리 디킨슨 ✉서간집 출간 소식에 홀린 듯이 장바구니에 담았던 책이었어요. 그 옆의 Emily Dickinson Envelope Poems는 시인이 편지봉투들에 썼던 시구, 메모, 짧은 메시지들 중 일부를 선정하여 엮은 것입니다. 서간집에 실린 편지들을 읽는 것이 디킨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면, 편지봉투 위에 끄적인 글들의 이미지를 보는 것은 책상 앞에 앉아 연필로 편지와 시를 쓰는 디킨슨의 모습이 그려지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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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뒤의 어렴풋한 존재였던 예술가가 생생히 살아나는 그 경험이 새삼 어찌나 재미있던지 책장 구석에 꽂혀 있던 책 두 권을 뽑아 들게 되었습니다. 각각 반 고흐와 오스카 와일드의 서간집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사놓고는 서간집에 크게 흥미를 붙이지 못해 완독을 미루어놨었던 책들인데, 지금은 짬짬이 이 두 권을 번갈아 읽으면서 또 다음 책을 탐색하고 있어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과 서간체 소설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일단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드라큘라』를 보이는 곳에 꺼내놓고 둘 중 한 권에 손이 갈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직도 회사 근처 골목길에서 길을 잃곤 하는 길치는 책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헤매곤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후자는 발길 닿는 대로 이곳저곳을 즐겁고 느긋하게 탐색한다는 점이겠지요. 시간 여유가 아주 많은 🚶♀️자유여행을 하는 것처럼요. 독자님도 행복한 길치처럼 책들 사이를 정처 없이 걸어 다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곳을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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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는 책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타래를 살짝 보여드릴게요. 힌트를 드리자면 젊은 여성 작가, 미국 문학, 장편소설이랍니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이 레터를 떠올리는 독자님이 한 분이라도 계실지 궁금해집니다. 그럼 저는 이 책이 독자님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다시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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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레터에 대한 후기를 들려주세요.
독자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더 완성도 높은 레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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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노벨상 수상의 유일한 가능성이 있다면 그는 바로 찬쉐다." _수전 손택(작가)
'중국의 카프카' 찬쉐
최신작 장편소설 『격정세계』
상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가상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북클럽 사람들을 중심으로 글쓰기와 읽기, 사랑의 격정을 그린다.
온라인 서점에서 『격정세계』를 구매하시면,
영롱한 투명 책갈피 3종 세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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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온 마음을 쓰는
편집자 🦊여우의 레터, 잘 읽으셨나요?
우리는 2월 29일 목요일 아침에 또 만나요!
🔍 다음 23p. 주제는?
마케터 🐥박새의 색다른 도전!
🧞♀ 북펀드는 처음이라서… 💗 마케팅팀 점심 시 모임 엿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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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레터 만드는 사람들
🎨팔레트 N인듯 S인듯, F인듯 T인듯. 경계를 넘나들며 '귀찮다'는 말을 남발하지만, 누구보다 만드는 데 진심인 콘텐츠 메이커. 출판사에 다니고 있으나 유튜브를 더 좋아한다. 2023 목표는 직업에 맞게 책 읽기. 가끔 '책 못 읽는 마케터 툰'을 그린다.
🦋만희 영화는 거의 매일 보고 책은 종종 읽는다. 뚜벅뚜벅 걷는 것도, 운전도 좋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이 모든 것은 음악과 함께다. 원래는 패션을 업으로 삼으려다가 어쩌다 보니(?) 출판인이 되었다.
🐥박새 여름을 특히 좋아한다. 먹보 강아지, 잠만보 고양이랑 살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가 5점을 준 영화를 따라 보는 게 취미인 신입 마케터.
👨🏻제이픽 덕질을 삶의 낙으로 삼고 있다. 책, 아이유를 가장 애정하고 그 외에 거의 모든 콘텐츠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는 프로 N덕질러다. 영문학과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출판 마케터로 생존 중이다.
🦫웜뱃 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은, 편향을 사랑하는 편집자. 타인의 편향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봄날 낮엔 책 읽기, 저녁엔 넷플릭스 보기, 주말엔 전시 보기, 덕질은 숨 쉬듯! 너무 철들어버리지 않는 게 목표인 한국문학 편집자. 인생 모토는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자! |
🐁머위 멀리서 도착한 것들을 반기며 사실 이걸 어떻게 하나 당혹스러운 땀도 조금 흘리면서 해외문학 편집을 하고 있다. 글자의 고유한 소리를 듣는 일이 시원한 풀밭에 앉아 과일을 맛보는 것만큼 기쁘다.
⛑️이판권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작품의 원작을 원서로 읽어 팬심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검증 과정을 거듭하다 해외문학 편집자가 되었다.
🥞영원 매일이 낯설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한 신입 한국문학 편집자. 반짝거리는 문장을 발견하고 다듬는 것이 어렵지만 즐겁다.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실버 취미는 딱히 없다고 말하는 헤르미온느형 북디자이너. 목석처럼 뻣뻣하지만 발레에 온마음을 다 하는 취발러이자 5개 ott(티, 웨, 넷, 디, 쿠)를 구독 중인 드라마광이다. 이걸 누가 보냐는 z급 드라마도 즐겨 본다.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쩝쩝박사로 통해 맛집 추천을 주제별, 지역별, 목적별로 줄줄 읊는다.
🦊여우 좋아하는 것이 많아 늘 조금 분주하다. 그중 하나에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열중하게 되어서, 남는 시간에 다른 애호의 균형을 맞추느라 분투하고 있다. 낯선 이야기를 사랑하는 해외문학 편집자.
🌊쿼카 좋아하는 것들의 근처를 서성거리며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책을 만들게 됐다. 함부로 꿰뚫지 않음으로써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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