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터 만희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더니, 정말 ~가을의 복판~에 선 요즘 출판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동감이 넘쳐납니다. 바로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인데요.
저희 출판사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니, 매년 이맘때면 누가 상을 받게 될지 직원들끼리 예측해보는 것이 연례 행사이기도 합니다. 찬쉐나 다와다 요코처럼 제가 담당한 도서의 작가가 불리진 않을까 내심 응원과 기대도 하면서요. 올해도 생중계로 시상식을 틀어두고 그 주인공을 기다렸는데요.
그런데 아니, 너무나 반가운 이름이 들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기대 이상의 순간이었답니다. 한국 최초 수상도 그렇지만 아시아 여성 최초로 수상자가 되어 전 세계에 알려진 기회인 만큼 벅차기도 했어요. 시상 직후 책을 찍어내는 속도보다 구매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독서에 투자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게 참 기쁜 일이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앞으로 2024년 10월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을 이 사건에 덧붙여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을 한국문학팀 편집자분들에게 말 걸어보았어요.
|
|
|
편집자 🍩봄날과의 대화
만희 | 노벨문학상 소식 들으셨죠? 감회가 남다르셨을 거 같아요. 한강 작가님 작품 정말 좋아하시잖아요.
봄날 | 작년 여름 은근한 레터(7p)로 샤라웃했던 제 뜨거운 사랑…… 그게 벌써 1년 전이군요. (웃음) 이번 노벨상 발표할 때, 땡스북스에서 북토크 듣고 있었거든요. 문학동인 애매 작가님들 앤솔러지 북토크였는데, 이야기 잠깐 멈추고 그곳에 있던 모두와 함께 수상자를 확인했어요. 한강 작가님이 상 받으신 거 듣고선 난리가 났죠. 진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자리였으니까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모든 장면이 슬로우모션처럼 지나가요.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사람들, 티 하나 없이 활짝 웃던 얼굴들.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아시아 최초로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그게 한국 작가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님이니까요. 아 또 눈물이 나네…….
만희 | 울지 마셔요… 북토크에 모여 소식을 나누었다니 그 감동이 증폭되었을 거 같아요. 그러면 한강 작가님의 책들 중 가장 애정하는 한 권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상되긴 하지만. (ㅎㅎ)
봄날 | 그날 집에 와서 인스타 스토리 폭주했는데. (웃음) ‘제발 《희랍어 시간》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줘!’라고 외쳤어요.
만희 | 네, 그래서 저희 팀분들이 봄날 님 스토리만 모아도 알찬 레터 한 편 뚝딱 나오겠다는 이야기도 하셨어요. (웃음) 안 그래도 참 좋아하시겠다 생각했는데.
|
|
|
봄날 |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소설엔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나와요. 인간이 하나의 감각을 상실하면, 그 상실의 자리를 다른 감각들이 더 예민하고 기민하게 채울 수밖에 없잖아요. 미세한 기척을 감지하고, 지켜보고, 천천히 가까워지는 그 모든 과정이 무척 조심스럽게, 정적으로 흐르는 작품이에요. 저는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뾰족하게 돋아 있던 기억과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납작해지겠지만, 어쩌면 그만큼 더 진득하게 달라붙어 내 살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일지도 몰라요. 《희랍어 시간》은 그 달라붙어버린 무거운 슬픔을 문학의 언어로 다시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소설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슬픔이 소설이 되고 시가 되고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고 좋았거든요. 그때 그 마음을 다시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만희 | 아… 진짜 너무 좋다. 맞아요. 슬픔 같이 추상적인 것들을, 어떤 책을 직접 읽지 않고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있게 감각하게 해주는 게 문학의 힘인 것 같아요.
봄날 | 그쵸. 내가 그냥 ‘슬픔’이라고 써왔던 감정이 문학의 언어 위에서는 이렇게 승화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난 이미 《희랍어 시간》 읽었다! 하시는 분들은 필사나 낭독을 하며 다시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필사하며 읽을 때, 낭독하며 읽을 때 또 느낌이 다르거든요. 아름다움을 두 배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만희 | 다른 동료분들도 최애로 많이 꼽아주신 책이라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올해 안에 꼭! 읽고 말씀드릴게요. 한강 작가님의 작품도 작품이지만요, 정용준 작가님과 함께하신 《Axt》 40호 cover story 인터뷰도 정말 좋잖아요. 지금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
|
|
봄날 | 아……!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인터뷰 정말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진지함) 한강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을 권합니다! 그 인터뷰를 읽고 나면 문학을 힘껏 더 사랑할 수 있게 돼요.
만희 | 문학을 힘껏 더 사랑하게 된다, 맞는 말씀. 사실 저는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기 전 악스트 인터뷰로 먼저 작가님의 이야기를 접했거든요. 당시 작가님을 (아주 잠깐이지만) 실제로 처음 뵙기도 했고, 인터뷰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콘텐츠 만들면서 자주 이 일에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그해 연말 《Axt》 특별호 기념 [독자들이 뽑은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 설문에서도 제일 많이 언급된 인터뷰였잖아요. 그만큼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봐도 좋은... 작품 얘기뿐 아니라 들으시는 노래나 MBTI 같은 일상적인 부분들, 무엇보다 정용준 작가님과의 케미까지 엿볼 수 있어 더 좋았어요.
봄날 | 두 분 케미 진짜 좋았죠. (웃음) 인터뷰의 문을 열며 정용준 작가님이 이런 문장을 쓰셨어요.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풀이 눕고 물이 지나간 자리에 무늬가 남는 것처럼 한강의 소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이, 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말이 제 마음을 크게 치고 갔어요. 그러네, 소설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네. 그래서 제 마음속에도 한강 작가님의 소설이 남긴 흔적이 아주 많아요.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이 남긴 흔적도 무척 많고요. 용준 작가님의 작품도 몇 개 추천하고 싶은데 해도 되나요? (웃음) 다 좋은데, 저는 《바벨》과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특히 좋아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정용준 작가님의 에세이집 제목을 빌려) 소설 만세! 한국문학 만세! (참고로 《소설 만세》도 좋습니다)
|
|
|
편집자 🥞영원과의 대화
만희 | 영원 님은요? 소식 듣고 어떠셨어요?
영원 |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도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보고, 주위 사람들과 소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따뜻하고 행복했던 밤이었습니다.
만희 | 행복했던 밤 가장 먼저 떠올린 책은?
영원 | 저는 한강 선생님의 첫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좋아하는데요. 선생님께서 소설을 쓰시는 틈틈이 발표한 시들을 모아 묶은 책이에요. 총 60편의 시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밀도가 굉장히 촘촘한 책입니다. 그래서 읽기가 쉬운 시집은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그렇지만 소설가 한강 말고 시인으로서의 한강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도 생각해요. 이 책은 고독하고 슬프고 유약해 보이지만 실은 엄청 단단한 시집이에요. 단순히 슬픔을 떠나서 그걸 넘어서는 어떤 결연함과 초연함마저 느껴지고, 그래서 구절마다 아프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을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원래 책을 속독하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천천히, 느리게 읽은 시집이에요. 그만큼 단어 하나하나가 눈에 콱 박혀서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
|
|
만희 | 저도 그 시집 읽었는데! 공감해요. 유약해 보이지만 단단한 시집. 제일 좋아하는 시가 뭐예요? 한 구절 정도 같이 소개해주시죠.
영원 | 한 편만 꼽는 건 너무 어렵지만… 가장 첫 번째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 오래 남아 있어요. 보통 그 시집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시를 맨 앞에 두잖아요.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라는 구절을 읽으면 이 시집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듯해 좋아합니다. 왜 첫머리에 이 시를 두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만희 | 헛. 닉네임이 혹시 거기서 온 것인지?
영원 |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걸로 할까요? (웃음)
만희 | 저는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계속하고 싶은데 참을게요.
영원 | 〈서시〉 저도 정말 좋아해요. 이 시집에는 제법 한자 병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운명'에는 병기가 되어 있지 않아서 정해진 목숨이라는 뜻의 ‘運命’과 죽음을 가리키는 ‘殞命’으로 둘 다 읽힐 수 있잖아요. 각각의 의미로 시를 다시 읽으면 다가오는 게 또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만약 운명이 다가온다면 이 시의 화자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것 같고요.
만희 | 와, '운명'을 그렇게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구나. 그 지점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시를 읽어봐야겠어요. 좋다. 감사해요.
|
|
|
이상. 한국문학팀 편집자 두 분과의 대화였습니다. 안 읽어본 책은 또 한번 영업 당하고, 읽어본 책은 다시금 떠올리며 감탄하고. 무엇보다 애정 어린 두 사람을 보는데 흐뭇했네요. 짧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대화였는데, 부디 님도 재밌게 읽어주셨기를 바라요. 내친김에 저도 한 권 소개하고 레터를 마칠게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을 《소년이 온다》는 제가 매년 봄마다 거릴 걷다 문득 떠올리는 책입니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날이 너무 좋아서, 더 낯설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해서인지 몇 년 전부터, 읽어야지, 하고 미뤄온 이 책을 올해 5월이 되어 마침내 꺼내 읽었어요. 소설은 여러 화자의 입을 빌려 진행되는데요. 각자의 서사도 그렇지만 그들의 관계성에서 오는 슬픔이 컸던 작품이에요. 마치 정말 제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 같아서요. 특히 6장에서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는데요. 6장의 화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님도 아마 그러지 않으실까 예상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늘 제 옆에 두었던 노래가 있는데요. 재생하자마자 소설의 첫 문장(비가 올 것 같아.)이 떠오를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내내 많이 의지한 노래랍니다. 혹시 이 책이 아직이라면 <사랑으로>라는 곡을 곁에 두고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아까 영원 님이 그의 시집을 두고, 유약해 보이지만 단단한 시집이라 하셨는데요.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소년이 온다》가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고 느끼는 문장을 덧붙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수상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관심 가져주길, 더불어 지금 이 독서의 흐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터를 마칩니다.
"모든 사람이 기적처럼 자신의 껍데기 밖으로 걸어나와 연한 맨살을 맞댄 것 같던 그 순간들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흘렸던 그 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 치는 걸 느꼈습니다."
_한강, 《소년이 온다》
|
|
|
2024 한국문학의 눈부신 성취를 되짚다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국문학의 의미 있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온 김유정문학상, 제18회 수상작은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나선형 계단처럼 영원히 움직이는 소설" 배수아 작가의 〈바우키스의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영원히 작별하는 순간. 동시에 나무껍질이 얼굴을 뒤덮는 죽음의 순간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배수아의 〈바우키스의 말〉은 이 마지막 순간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이다.” _심사평 中
신화 속 '바우키스'라는 인물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누구도 떠나지 않고 영원히 머무는 문학의 순간, 그 아득한 곳을 향한 그리움을 전합니다.
함께 실린 수상 후보작 문지혁, 박지영, 예소연, 이서수, 전춘화 다섯 작가의 작품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면과 문학의 결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올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과 수상 후보작들을 살펴보며 2024 한국문학의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온라인 서점 굿즈 이벤트 투명 문장 책갈피 6종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
|
|
〈 은근한 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
🎨팔레트 • 🦋만희 • 🐦⬛박새 • 🥸제이
📬 은근한 레터는 격주로 발송됩니다
11월 7일 (목) 오전 8시에 38p로 만나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