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터 🦋만희입니다.
요즘 여러분은 어떤 일에 마음 쏟고 계신가요? 저는 날이 풀리면서 여행을 자주 하려고 해요. 특히 지난해부터는 일본 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요. 좋아하는 걸 부끄러움 없이 마음껏 좋아하고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그들의 문화에 약간의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도 그 흐름에 탑승해 마구마구 즐기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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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로 일본에 가면 서점을 찾곤 해요. ★일본어는 거의 못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을 넘게 구경하다 나올 때도 있습니다. 우리 책들이 바다 건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출판문화 같은 것들이 재밌더라구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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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일본 책 특징은
우리와 앞뒤가 다르다는 점, 세로쓰기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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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장본과 문고본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대체로 하나의 작품이 두 가지 꼴로 출간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이 일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했답니다. 초판 출간 시 하드커버로 먼저 출간이 되고(저희가 국내에서 흔히 보는 양장본이라 보시면 됩니다), 재판 이후부터는 특정 규격의 페이퍼백 형태(문고본)로 발행이 됩니다. 가격도 착해지구요. 저는 주로 바깥에서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편이라 휴대가 간편하고 가벼운 문고본 문화가 있다는 게 부럽더라구요. 이번 레터를 쓰면서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는 오래된 전통을 가진 문고본 브랜드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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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쿠다 히데오] 존.
우직한 볼륨으로 남다른 존재감 자랑하는 《리버》는 양장본,
그 옆으로 자리한 책들은 문고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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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책이 문고본을 가지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요. 문고본은 양장본의 판매 수치를 대략적으로 가늠해보고 이후에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할 때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해외문학팀 편집자님에게 제가 아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해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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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 : 좋은 질문이에요! 일본의 문고본 출간은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찍어낸 보급형'을 넘어서, 출판 전략과 시장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해요. 양장본 판매 반응, 출간 시점 조율, 저자의 인지도, 다른 이슈의 영향 등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GPT에게 물어본 답변을 거의 옮기다시피 했습니다. 얼추 맞는 거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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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한국어판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은 주로 두 가지 표지를 가지는데, 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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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용으로 집에 데려온 다와다 요코 3부작 문고본
(언젠가는 읽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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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한 3부작의 영롱 하드커버 표지
3권 《태양제도》(2022)는 아직 문고본이 나오지 않아
양장본으로 소장했어요. 문고본 디자인도 기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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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학을 출간할 땐 디자이너가 새롭게 표지 시안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서 표지가 작품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잘 담고 있으면서 + 국내 타겟 독자들의 정서에도 잘 맞는 경우 그 표지를 그대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무라타 사야카 《신앙》은 팝하고 기발한 소설 내용을 잘 드러내는 원서 표지를 바탕으로 한국어판을 출간했는데요. 정세랑 작가님의 추천사와도 시너지를 내며 통통 튀는 소설 분위기를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도 너무 마음에 드는 표지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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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찾은 건 아니었는데 눈에 잘 띄어서인지
레이더망에 포착된 💥"앙이"
(저와 담당 편집자님 사이 애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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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한국 작품들이 일본에서 어떤 새로운 옷을 입고 놓여 있는지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표지들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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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고책방에서 만나는 행운
중고책방에는 찾는 책이 없을 때가 많은데, 오히려 유명한 저자의 작품을 구할 때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다와다 요코만큼이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데요. 문득 하루키의 책이라면 작은 책방에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그렇게 최근 여행에서 그의 책을 찾아보려고 중고책방에 들렸는데, 역시 양장본과 문고본 모두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애정하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하드커버로 발견할 수 있었어요. 늘 멋지다 생각한 한국어판 표지 그림이 알고 보니 원서와 같더라구요.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하며 습관처럼 판권면을 확인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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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그렇게 만난 초판 1쇄…… 저한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책이라,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요. 수하물 무게가 걱정돼서 결국 구매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적는 아직까지도 후회가 됩니다. ^^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갖고 싶어요❕ 이렇게 중고책방에서 뜻깊은 조우가 이루어질 수도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구경해보는 것이 어떠실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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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도 이번 레터를 쓰면서 관련해 동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요. 상대적으로 나머지 두 직무(편집자, 디자이너)보다는 독자와 가까이 있는 마케터의 입장이라 그런지, 저는 책이 어떤 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지(표지 디자인이나 출판 시장과 문화의 차이…)에 주로 흥미를 느꼈다면, 편집자-디자이너의 시선은 또 조금씩 달랐습니다.
인쇄와 종이 기술이 워낙 뛰어난 나라다보니, 디자이너분들은 흐트러짐 없는 제본 상태나 사용된 (고급) 종이 같은 부분에서 자주 감탄하시더라구요. 제작에 있어 기술적인 면은 사진의 해상도 등 책의 완성도에 꽤 비중 있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데, 제가 평소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답니다.
어느 편집자님의 경우엔, 매우 구체적인 주제로 기획된 교양서들이나 일본 저자들의 잦은 출간 빈도 같은 것들에 주목하고 있었구요. 직무마다 중점적으로 보는 포인트들이 달라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일본 출판 시장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부디 여러분에게도 나름대로 유익하고 신선한 이야기였기를 바라요.
오늘 레터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무사히 마쳐봅니다. 포근한 봄날 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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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기괴한 경제 속에서 생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한 시절이 교환된다"_우다영(소설가)
사회와 인간 내면의 불안, 기후 위기 등에 천착해온 작가 최정화의 신작 장편소설 《호르몬 체인지》가 시리즈N 제18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소설의 배경은 타인의 호르몬을 주입받아 생체 나이를 되돌리는 수술이 가능해진 근미래 한국인데요.
"인간은 이제 노화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 깊게 파인 주름, 드문드문 검버섯이 올라온 피부, 굽은 등허리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없다. 만약 노인이 길거리를 지나다닌다면 동물원 우리를 탈출한 원숭이와 다름없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_본문에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시스템이 야기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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